도시의 일상은 빠르고 분주하게 흘러가고 자연은 점점 더 멀게만 느껴지는 것이 현실입니다. 햇살은 창문 너머로만 느껴지고 흙냄새는 언제 맡았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알게 된 도시농업이라는 단어가 제 삶에 작은 틈을 만들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흥미로운 취미로 가볍게 접근했지만 6개월이 지난 지금의 도시농업은 단순한 여가활동을 넘어서 삶의 태도를 다시 생각하는 중요한 경험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런 제가 0에서 시작해서 텃밭을 일구고 채소를 수확해서 식탁 위의 변화를 체감하기까지의 여정은 스스로에게도 놀라운 변화였습니다. 본 글에서는 지난 6개월간의 도시농업 체험을 통해 겪은 설렘, 실패, 바뀐 변화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1. 첫 시도의 설렘
도시농업을 처음 시작할 당시에 무엇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흙과 씨앗, 물 주기나 햇볕의 양 등 모든 것이 낯설기만 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서 약간의 정보를 찾고 구청에서 운영하는 도시농업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조금씩 기초를 다졌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배움은 직접 손으로 흙을 만지고 씨앗을 심으면서 직접 터득한 경험 속에 있었습니다. 상추 씨앗을 처음 뿌리고 며칠 뒤에 연한 녹색의 작은 새싹이 흙을 뚫고 올라오는 모습을 보았을 때의 놀람은 지금도 선명합니다. 마치 생명의 순간을 직접 목격하는 것 같았습니다. 비록 작고 약한 존재였지만 그 생명은 저에게 커다란 기쁨을 주었습니다. 이후부터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식물의 모습이 궁금해서 매일 아침마다 텃밭을 확인하는 일이 새로운 루틴이 되었습니다. 도시의 삭막한 풍경 속에서 자연과 연결된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2. 실패에서 배운 농사의 기본
모든 일이 그렇듯이 처음부터 순조롭지는 않았습니다. 첫 작물인 상추는 끝내 풍성한 수확을 맺지 못했습니다. 잘 키우려고 물을 너무 자주 주는 바람에 뿌리가 썩어버렸고 잎도 제대로 피지 않았습니다. 실망감이 컸지만 오히려 그 실패 덕분에 식물의 생리와 농사의 기본을 배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후에는 작물별로 다른 특성과 생육환경을 공부하며 다시 도전했습니다. 고추는 햇볕을 좋아하고 물은 자주 주지 않아야 했고 바질은 통풍이 잘되는 곳에서 더 건강하게 자랐습니다. 이러한 특징을 하나씩 이해하고 실천하면서 조금씩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병충해라는 뜻밖의 어려움도 있었습니다. 무농약 원칙을 고수하기 위해서 친환경 방제법을 찾아보았고 직접 유기농 농약을 만들어서 사용해보기도 했습니다. 번거롭고 때로는 효과가 없는 것처럼 느껴졌지만 자연을 해치지 않으려는 시도 자체가 뿌듯했습니다. 텃밭에서 직접 수확한 채소를 이용해서 만든 식사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감동을 안겨주었습니다. 직접 키운 작물이 식탁에 오를 때의 그 뿌듯함은 단순한 맛 이상의 의미였습니다. 한 그릇의 음식에 담긴 시간과 정성, 자연의 흐름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3. 도시농업이 바꾼 변화
도시농업이 제 삶에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마음가짐이었습니다. 바쁘고 조급했던 일상 속에서 식물은 묵묵히 자신만의 속도로 자랐고 그런 식물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제게도 여유와 삶의 균형을 안겨주었습니다. 흙을 만지면서 하루를 정리하게 되고 햇볕의 방향과 강도를 관찰하면서 사계절의 변화를 더 깊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도시농업은 단지 식물을 키우는 행위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내 삶의 우선순위를 되돌아보고 소비 중심의 생활방식에서 조금 벗어나 자급의 기쁨을 알게 해 주었습니다. 무엇보다 직접 내 손으로 재배한 채소를 요리하고 최대한 남기지 않기 위해 노력하면서 식재료에 대한 감사함과 생명에 대한 존중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이 경험은 새로운 인간관계를 여는 문이 되어주기도 했습니다. 같은 아파트 단지 내에서 도시농업을 함께하는 분들과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게 되고 각자의 작물 이야기를 나누면서 예상치 못한 소속감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서로가 키운 작물을 나누면서 이웃의 정을 다시 한번 더 느낄 수 있었습니다. 도시에 살면서도 이렇게 따뜻한 관계가 가능하다는 사실이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결론
돌이켜보면 처음 도시농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지금처럼 삶의 전반에 변화를 가져올 줄은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흙을 만지고 작물을 키우는 소박한 활동이었지만 그 속에서 저는 느림의 미학과 자급의 즐거움을 경험했습니다. 흙 위에 손을 얹는 그 순간마다 자연과 가까워지고 삶의 속도를 조율할 수 있었습니다. 6개월이라는 시간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그런 시간이지만 그 안에서 저는 도시농업이 단순한 취미활동을 넘어서서 삶의 철학이 될 수 있음을 배웠습니다. 도시 속에서 자연을 만나는 일은 곧 나 자신과 마주하는 일이며 삶을 조금 더 따뜻하게 단단하게 만드는 과정이었습니다. 혹시 도시농업에 관심은 있으나 망설이고 계신다면 너무 큰 준비나 부담 없이 아주 작은 화분 하나로 시작해 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고추나 상추 몇 알의 씨앗이 여러분의 일상을 얼마나 풍요롭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직접 경험해 보신다면 분명 그 가치를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