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을 거닐다 보면 언제나 마음이 평온해집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지구 곳곳에서 산불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특히 봄철 강풍과 건조한 날씨가 겹칠 때면 뉴스 속 화면에서 활활 타오르는 산림을 자주 접하게 됩니다. 저 역시 얼마 전 경상도 지역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 현장을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탄내가 가시지 않은 산길과 검게 그을린 나무들, 동물 발자국, 화재로 사라진 집을 보며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자연과 사람이 입은 상처는 단순한 통계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이번 글에서는 산불 피해, 생태계복원 과정, 사람의 손길로 돕는 자연회복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1. 산불의 피해
산불은 단순히 나무만 태우는 것이 아닙니다. 산불이 지나간 자리에는 숲을 이루던 모든 생명체들이 생명의 터전을 잃게 됩니다. 특히 조류, 다람쥐 같은 작은 포유류, 곤충 등 이동이 쉽지 않은 생물들은 순식간에 생존의 위협을 받게 됩니다. 숲 속에는 우리가 모르는 수많은 생명체들이 서로 얽혀 살아가고 있었는데 한 번의 화재로 그 균형이 무너지는 것입니다. 강원도의 한 마을 근처에서 목격한 일화가 떠오릅니다. 불길이 지나간 산비탈에는 탄 나무 밑동 사이로 한 마리의 다람쥐가 조심스레 고개를 내밀고 있었습니다. 숲이 사라진 그 자리에서 무엇을 먹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르는 듯한 눈빛처럼 느껴져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산불의 흔적은 단순히 시각적인 충격을 넘어서서 생명의 연결고리가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최근에 경상도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도 나무뿐만이 아니라 동물들도 많은 피해를 입었습니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불길이 급속도로 번지는 바람에 작은 생명체는 도망가기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2. 생태계 복원 과정
생태계를 복원하는 과정은 단순히 나무를 다시 심는 것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인간이 섣불리 개입하기보다는 자연 스스로 회복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연 천이라는 개념과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즉, 불에 타버린 지역에 다시 풀이 자라고 그 위에 작은 곤충이 모이고 다시 새들이 찾아오면서 천천히 생태계가 복원되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몇 해 전 제주에서 있었던 소규모 화재 이후로 인근 지역을 꾸준히 관찰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처음엔 온통 회색빛이었던 현장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녹색을 띠더니 2년쯤 지나자 이전보다 더 다양한 식물들이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때 느낀 감정은 마치 자연이 스스로의 힘으로 다시 일어나는 기적을 보는 듯했습니다. 그래서 복원에는 기다림이란 덕목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3. 사람의 손길로 돕는 자연 회복
자연 스스로의 회복력은 놀라울 정도이지만 때때로 우리의 도움 역시 필요합니다. 특히 산불로 토양 자체가 망가지거나 종 다양성이 현저히 낮아진 경우엔 적극적인 복원이 필요합니다. 이때는 토양을 개선하고 지역에 맞는 수종을 선별하여서 심어야 하며 동물 서식지 복원을 병행하는 방식으로도 이루어집니다. 제가 자원봉사로 참여했던 산림복원 프로젝트가 기억납니다. 작은 묘목을 일정한 거리를 두고 하나하나 심고 그 주위에 풀씨를 뿌리는 단순한 작업이었지만 언젠가는 이곳이 다시 숲이 되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임했습니다. 함께했던 이들 중 한 분이 나무는 오늘 우리가 심지만 숲은 시간이 키운다고 말씀하셨던 말이 아직도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그렇게 우리 모두가 함께하는 복원의 시간은 단순한 자연보호를 넘어서 인간과 자연이 다시 손을 맞잡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결론
산불은 자연재해일 뿐만이 아니라 인간이 만든 재난일 수도 있습니다. 무분별한 산행과 관리되지 않은 쓰레기, 점점 심각해지는 기후 변화가 산불을 더욱 자주 크게 만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 역시 우리의 몫입니다. 지속적인 관심과 실천이 필요합니다. 우리의 작은 행동이 결국 숲을 다시 푸르게 만들 수 있습니다. 나무 한 그루를 심는 일과 쓰레기를 줄이는 일, 자연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는 것 등 천천히 함께 생태계 복원의 길을 걸어간다면 언젠가 오늘날 불에 그을린 숲도 다시 초록으로 물들게 될 것입니다. 저는 그날 강원도 산길에서 만난 귀여운 다람쥐를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언젠가 다시 그 숲을 찾아가 푸른 하늘 아래에서 초록빛 나무 사이로 그 친구가 자유롭게 뛰노는 모습을 꼭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