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일상 속에서도 풀냄새와 흙냄새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은 꽤나 특별한 일입니다. 도시의 삭막한 건물들 사이에서 흙냄새를 가까이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도시농업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생겨났습니다. 특히 저는 몇 해 전부터 베란다에서 작은 화분을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안전한 먹거리를 원하고 내가 손수 기른 채소를 수확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데에서 도시농업은 더욱 매력적이었습니다. 단지 정서적인 만족에 그치지 않고 그 안에 숨어 있는 경제적 가치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도시농업이 지닌 직접적, 간접적 경제적 효과와 사회경제적 가치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도시농업의 직접적 경제 효과
도시농업은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상당한 직접적 경제 효과를 창출합니다. 도시 내 노는 공간을 활용한 농작물 재배는 가계 식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제가 베란다와 옥상에서 상추, 대파, 고추 등을 키우면서 느낀 것은 신선한 채소를 직접 재배함으로써 매주 장 보는 비용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점입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도시 가구당 텃밭 운영을 통해 연간 평균 30만 원에서 50만 원 정도의 식비 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요즘처럼 물가가 올라 가정경제에 부담이 되는 시기에 채소라도 아낄 수 있다는 점이 위안이 됩니다. 더불어 도시농업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합니다. 도시농업 관련 교육, 컨설팅, 유통, 가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인력 수요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서울시에서만 도시농업 관련 일자리가 3천여 개 이상 생겨났다는 통계는 이러한 현상을 잘 보여줍니다. 저 역시 도시농업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옥상 텃밭 조성 전문가, 도시농부 교육 강사 등 이전에는 존재하는지조차도 몰랐던 새로운 직업군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또한 도시농업은 관련 산업의 발전을 촉진시킵니다. 도시에 적합한 농자재, 스마트팜 기술, 수직농장, 수경재배 시스템 등 첨단 기술이 결합된 농업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IoT 기술을 활용한 자동 급수 시스템이나 작물 모니터링 앱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합니다. 작년 겨울에 햇볕이 잘 들지 않는 어두운 실내에서도 채소를 키울 수 있는 스마트 가드닝 기기를 구매했을 때 내가 도시농업에 관심이 없던 시기에도 열심히 기술개발이 이루어졌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2. 도시농업의 간접적 경제 효과
직접적인 경제 효과 외에도 다양한 간접적 경제효과도 만들어냅니다. 우선 도시농업은 도시 환경 개선을 통해 에너지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옥상정원이나 벽면녹화 등 도시농업 시설은 건물의 단열 효과를 높여서 냉난방 비용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서울시의 한 연구에 따르면 옥상정원이 설치된 건물은 여름철 냉방 에너지 사용량이 평균 15% 정도 감소한다고 합니다. 식물로 벽면녹화가 되어있던 어느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초여름인데 에어컨을 안 틀고도 참 시원하다는 생각을 했던 게 기억납니다. 또한 도시농업은 물순환 개선과 홍수 예방 효과가 있어 재해 관련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도시 내 녹지 확대는 빗물 흡수율을 높이고 빗물 범람을 줄여 홍수 발생 가능성을 낮춥니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도시 내 녹지 면적이 10% 증가할 때마다 홍수 피해 복구 비용이 약 5%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건강 증진을 통한 의료비 절감 효과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도시농업을 위해 움직이면 신체 활동을 많이 하게 되고 스트레스도 줄어서 정신 건강에도 도움이 됩니다. 이것은 장기적으로 보면 의료비 지출이 줄어드는 효과로 이어집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조사에 따르면 정기적으로 텃밭 활동에 참여하는 노인층의 경우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연간 의료비 지출이 약 8%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저희 어머니도 집 근처 텃밭에서 지금도 매일 나가서 일을 하시는데 때로는 힘들어 보이고 지쳐 보이시지만 우울증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서 말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도시농업은 부동산 가치 상승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황무지 공간보다 녹지 공간이 잘 조성된 지역은 주거 환경의 질이 올라가니 부동산 가치도 상승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의 분석에 따르면 대규모 도시텃밭이나 공유정원이 조성된 지역의 아파트 가격은 주변 지역보다 평균 3~5% 높게 형성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저 역시 몇 년 전 이사를 고려했을 때 아파트 주변에 공동텃밭이 있는 곳을 우선적으로 찾았기 때문에 이런 걸로 부동산 가치가 올라간다는 걸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3. 도시농업의 사회경제적 가치
도시농업은 넓은 사회경제적 가치를 창출합니다. 공동 텃밭이나 공유정원은 다양한 경험과 가치관을 가진 주민들이 함께 한 곳에서 활동하면서 교류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우리 동네 공유정원에서 이웃들과 함께 작물을 가꾸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친밀감은 이후에 아파트 관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인 아파트 주민 모임에서도 큰 힘이 되었습니다. 또한 도시농업은 취약계층의 경제적 자립을 지원합니다. 노인, 장애인, 저소득층 등 사회적 취약계층에게 도시농업은 소득 창출의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서울시의 도시농업 일자리 창출 사업은 은퇴자와 취약계층에게 도시농업 관련 일자리를 제공하여 월평균 50만 원의 추가 소득을 창출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그리고 도시농업 전문가 과정이나 텃밭 코디네이터 등의 새로운 직업이 생기면서 강사와 관리인력이 더욱 많이 필요합니다. 305호 할머니는 직접 기른 채소로 작은 매대를 열어 용돈을 마련하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식량 안보 강화라는 측면에서도 도시농업의 가치는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 수입이 막힌다는 등의 식량 공급망이 불안정해질 때, 도시 안에서 식량을 자급자족할 수 있다면 우리는 위기 극복이 훨씬 수월할 겁니다. 특히 채소류의 경우 도시에서의 자급률을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팬데믹 초기에 마트에 채소가 부족했을 때 베란다와 옥상 텃밭에서 키운 채소로 식탁을 차릴 수 있었던 것은 큰 안도감을 주었습니다. 도시 아이들에게 농업 체험과 식품 교육을 함으로써 미래의 먹거리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식품 낭비를 줄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교육청 자료에 따르면 학교 텃밭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의 채소 섭취율이 20% 증가하고 식품 폐기물은 15% 감소했다고 합니다. 제 초등학생 조카가 학교 텃밭 프로그램에 참여한 후 평소에 냄새 맡기도 싫어하던 오이를 기꺼이 먹기 시작한 것을 보면서 교육적 효과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결론
도시농업은 다양한 경제적 가치와 사회교육적 가치를 가진 유망 분야임이 분명합니다. 직접적인 식비 절감과 일자리 창출부터 환경 개선, 건강 증진, 지역 공동체 강화 등 간접적 효과까지 도시농업이 창출하는 가치는 매우 다양하고 광범위합니다. 특히 기술 발전과 사회적 인식의 변화, 정책적 지원 확대 등이 맞물리면서 도시농업의 미래 가능성은 더욱 밝아지고 있습니다. 제가 작은 베란다 텃밭으로 시작한 도시농업이 이제는 일상의 중요한 부분이 되었듯이 도시농업은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의 생활과 도시 경제에 깊이 스며들 것으로 기대됩니다. 도시농업의 경제적 사회적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고 이것을 확대하기 위한 개인과 사회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지속가능한 도시 발전과 순환경제 구축을 위해서 도시농업이 지닌 잠재력을 최대한 실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