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농업은 현대 사회의 식량 문제와 환경 문제에 대한 혁신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래 식량 자원으로 각광받기 시작한 곤충 농업은 적은 공간과 자원으로도 고효율의 단백질을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속 가능한 식량 생산 체계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처음 도시농업과 곤충 농업이라는 개념을 접했을 때 저는 다소 이질적인 두 영역이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지 의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서울의 한 옥상 정원에서 진행된 도시농업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면서 곤충들이 도시 생태계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직접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도시농업과 곤충 농업의 개념과 현황, 곤충의 생태적 역할, 순환 구조 구축에 대해서 자세하게 살펴보겠습니다.
1. 기본 개념과 현황
도시농업이란 도시의 다양한 공간을 활용하여 농작물을 재배하고 동물을 사육하는 활동을 말합니다. 옥상 정원, 베란다, 유휴지, 학교 텃밭 등 도시 내 활용 가능한 모든 공간이 도시농업의 무대가 될 수 있습니다. 최근 코로나19 이후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도시농업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는데, 저 역시 팬데믹 기간 동안 베란다에 작은 텃밭을 만들어 대파, 상추와 방울토마토를 키우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취미활동으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노력해서 직접 기른 채소를 먹는 기쁨과 작은 생태계를 돌보는 보람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곤충 농업은 식용 또는 사료용 곤충을 목적에 맞게 대량 사육하는 농업방식입니다. 대표적인 식용 곤충으로는 귀뚜라미, 고소애(갈색거저리 유충), 흰 점박이 꽃무지 유충(꽃벵이) 등이 있고 사료용으로는 동애등에, 갈색거저리 등이 주로 사육됩니다. 처음 곤충 식품을 접했을 때는 외형이 징그러워서 심리적인 거부감이 느껴졌지만 한 식품 박람회에서 곤충 쿠키를 맛본 후로는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일반 쿠키와 크게 다르지 않았고 단백질 함량은 훨씬 높다는 설명을 듣고 곤충 식품의 가능성을 새롭게 보게 되었습니다. 도시농업과 곤충 농업은 공통적으로 작은 공간에서 효율적인 생산이 가능하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농업 방식에 비해서 물과 에너지 사용량이 적고 탄소 발자국도 작습니다. 특히 한국과 같이 국토 면적이 좁고 도시가 많은 국가에서는 이러한 특성이 큰 장점으로 작용합니다. 도시농업의 한 전문가가 좁은 국토에서 식량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도시농업과 곤충 농업 같은 식량 생산 방식이 필수라고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2. 곤충의 생태적 역할
도시농업 환경에서 곤충은 수분을 만들고 천적과 분해자 등의 다양한 생태적 역할을 수행합니다. 꿀벌, 나비, 호박벌 같은 수분을 전달하는 곤충들은 도시 텃밭과 정원의 작물 수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지난봄에 제 옥상텃밭의 블루베리 꽃이 피었을 때 작은 꿀벌들이 찾아와 꽃가루를 옮기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인위적으로 수분해주지 않았음에도 풍성한 열매가 맺히는 것을 보면서 자연에 감탄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무당벌레, 사마귀, 잠자리 같은 포식성 곤충들은 진딧물, 응애 등 뿌리나 잎에 해를 입히는 해충을 자연스럽게 제거해 줍니다. 포식성 곤충들은 살충제 사용을 줄이고 친환경적인 방제가 가능하게 합니다. 제가 키우던 상추에 진딧물이 생겼을 때 화학 농약 대신 근처 공원에서 무당벌레를 몇 마리 데려와 풀어놓았더니 며칠 후 진딧물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 실험을 통해서 자연의 균형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직접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분해자 역할을 하는 곤충들은 도시농업에서 발생하는 유기 폐기물을 분해하여 비료로 전환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특히 동애등에 유충은 음식물 쓰레기를 효율적으로 분해하는 능력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도시농업 동호회 모임에서 한 회원이 동애등에를 이용한 퇴비화 시스템을 알려줬는데 일주일 만에 음식물 쓰레기가 양질의 퇴비로 변환되는 과정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도시농업 환경에서 다양한 곤충들이 있다는 것은 도시 생태계의 건강성을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이기도 합니다. 다양한 곤충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은 곧 사람도 건강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 동네 도시농업 농장을 방문했을 때 아이들이 다양한 곤충들을 관찰하면서 놀라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이 모습을 보면서 도시에서도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도시농업 교육의 힘도 크게 느껴졌습니다.
3. 순환 구조 구축
도시농업과 곤충 농업은 자원 순환이라는 측면에서 긴밀하게 연결될 수 있습니다. 도시농업에서 발생하는 유기 폐기물은 곤충 사료로 활용될 수 있고 곤충 사육 과정에서 나오는 분변토(프라스)는 다시 도시농업의 유기질 비료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순환 구조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환경 부담을 줄이는 데 기여합니다. 지난해 우리 아파트에서 음식물 쓰레기 퇴비화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 동애등에 유충을 도입한 후 퇴비 생산 속도가 빨라지고 퇴비의 질도 향상되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도시농업에서 재배된 식물의 일부는 곤충 사료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수확하고 남은 잎이나 줄기, 과일 껍질 등은 귀뚜라미나 밀웜의 좋은 먹이가 됩니다. 저는 작년에 텃밭에서 남은 채소 부산물로 소규모 밀웜 사육을 시도해 보았습니다.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점차 요령이 생기면서 안정적으로 밀웜을 키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키운 밀웜은 다시 우리 가족의 단백질 간식으로 활용되었습니다. 도시농업과 곤충 농업의 순환 구조는 도시의 환경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음식물 쓰레기와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고 생물다양성을 증진하는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특히 기후변화로 인해서 식량 생산의 위기를 느끼는 상황입니다. 도시 내에서 자원을 순환시키면서 식량을 생산하는 시스템은 도시의 회복력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환경 관련 책을 읽다가 도시는 소비만 하는 곳이 아니라 생산과 순환이 함께 이루어지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구절을 읽고 깊이 공감했던 적이 있습니다.
결론
도시농업과 곤충 농업은 단순히 공존하는 관계를 뛰어넘어 상호 보완적이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연관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곤충은 도시농업 환경에서 수분을 전달하고 천적, 분해자 등 중요한 생태적 역할을 수행하고 두 영역의 융합을 통해서 자원 순환, 식량 안보 강화, 환경 문제 해결 등 다양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특히 기후변화, 인구 증가, 도시화 등 세계인이 해결해야 하는 여러 문제들을 생각할 때 도시농업과 곤충 농업의 연계는 미래 지속 가능한 식량 생산을 하기 위한 중요한 가치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도시농업과 곤충 농업의 연계 모델이 널리 퍼져서 우리 도시가 더 건강하고 회복력 있는 공간으로 변화하기를 희망합니다.